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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1000명 기념 생각정리

벼랑끝과학자 2023. 5. 26. 13:28

나는 자격지심이 있다.

예전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도, 나라는 사람에 대한 컴플렉스도 남아있다. 

이번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고급 기계 학습에서 내준 과제. 나를 제외한 나머지 네명은 모두 제출을 했는데 나는 도저히 문제조차 이해가 안돼서 풀지 못했다. 당연히 제출도 하지 못했다. 베껴서라도 내려면 낼 수 있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발표를 할 때 나는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고, 나에대한 자괴감이 피어올랐다.

자괴감은 분노로, 분노는 슬픔으로, 슬픔은 우울감과 자책으로 나쁜 감정으로만 나를 계속해서 몰아갔다.

그날 이후 3일을 쉬었고, 이제서야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약간은 마음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으면 두렵다. 세상에서 많이 뒤쳐진 채, 모두들 앞에서 나아가는데 나혼자 먼발치에서 보이지도 않는채로 이쪽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채 하염없이 걷고있을 뿐인 것 같다.

용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무모했던걸까 생각도 든다. 그치만 계속해서 걷고 걷다보면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다못해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컴퓨터 앞에 앉고, 코드를 작성하고 실험을 해보고... 이런 과정들이 즐거워야 하는데 두렵기만 하다. 아마도 나의 무지함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 결국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라는 패배감이 나를 가둬두려 하는것같다.

이런 마음에 사로잡히는 순간 나는 끝이라는 걸 안다. 이미 한번 느껴봤었고, 그땐 그것으로부터 그저 도망치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와서 이번마저도 도망친다면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다. 두번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나는 지금 괴롭다. 헤쳐나가고 싶은데 헤쳐나갈 지식이 없다. 계속해서 실패하는 내 자신이 밉다. 내인생은 30년간 겉으로만 웃어오던 삶이었는데 많이도, 많이도 지쳤다.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허금섭 아들놈은 쉽게 꺾이진 않으리라. 

 

3일간의 휴식을 끝내고 돌아왔다. 꾸준함과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사람이 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꾸준함과 노력은 그정도의 보상은 분명히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괴로운 마음 털어내고 답답한 마음도 털어내고, 지금부터 다시 한 번 힘차게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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