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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하고 왔다.
나는 20대 초반부터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는 왜이렇게 다 우파한테 불리한 사건들만 유명해지고 잘되는거지? 내가 살아오면서 진짜 좌파쪽 의도와 다른 영화가 잘된 것은 오직 태극기 휘날리며와 인천상륙작전정도. 반면 좌파쪽 영화들은 내놓으면 내놓는 족족 기본 삼사백만 달성이니 내가 감독이라도 우파 영화는 찍지 않겠다 싶더라.
예를들어 대표적인 좌파 감독인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찍었다 하면 천만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했다는 것으로 유명한 원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려고 만들었던 영화인 판도라도 있었고,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내부자들도 잘됐고 최근 전두환 대통령을 비판한 서울의 봄도 잘되었다.
좌파영화가 잘되는 것 그게 밉냐고? 그냥 내가 우파라서라고? 아니다. 좌파가 나쁜가? 우파가 나쁜가? 그걸 당신이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빨리 병원에 가보길 바란다.
좌파에겐 우파가 나쁘고 우파에겐 좌파가 나쁘다 정답은 없다. 좌파영화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우파영화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봐도 지나치게 좌경화 되어있는 영화산업에 대해서는 불만이었다.
다 좋지만, 균형은 맞춰야 하는거 아니야? 나는 영화 산업에 대해서 끔찍이도 싫은 것이 하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역사를 영화로 공부하고 있는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영화란 감독이 철저하게 자기의 사상과 자기의 관점에,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각색한 매체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런 국가의 성인이라면 지성인이라면, 영화는 참고할지언정 영화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옳은가? 타인이 주장하는 역사를 내 역사관으로 곧이 곧대로 믿고 나에게도 적용하는게 옳은가? 나의 살아온 사상과 나의 살아온 지식과 관점과 지혜와 경험 그 모든 것을 동원해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사실인 것만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어야 진정한 역사를 마주할 준비가 된 사람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고 싶지 않은가 보다. 그냥 영화 감독이 그렇다 하면 그런줄 알고 싶은가보더라.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세상이 그들에겐 옳은 세상인가 보더라.
좌파 영화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산업계에 벌어지는 일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연히 우파쪽 영화에도 마찬가지다.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우파쪽 영화인 건국전쟁이라고 해서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아! 이승만은 대단한 대통령, 우리의 국부였구나 만세 만세 이승만 만세!' 이런 미친 소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철저하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다짐했다. 절대로, 뻔히보이는 감독의 의도하는대로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한 가지, 좌파 영화와 다른 것이 느껴졌다. 물론,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을 옹호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목적으로 만든 영화로써 우파들의 입맛에 철저히 맞춰진 영화는 맞다. 부정선거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여 본질을 흐리게 하여 이승만의 잘못을 덮으려 의도한 부분들이 보였고 그에게 불리한 내용인 4.19혁명이나 4.3사태 등은 영화에서 최소한으로만 담은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좌파 영화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을 철저하게 악으로 몰아세우고 힐난하는 방식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치켜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이승만의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한번 좀 봐달라고 호소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정치적인 의견을 담고 있는 영화라면 일단 디폴트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나인데도 별 다른 거북한 감정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큰 흥미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한국 근현대사의 내용만 가지고는 도저히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한시간 반의 러닝 타임에 모든 이승만 대통령의 인생을 담아낼 수는 없었으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짜임새가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4.19혁명은 이승만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다' 이 두가지 외에는 영화가 뚜렷하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하지 않은, 영화를 관람한 20대 대부분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안타까웠다. 내 기억에 중학생 고등학생때 한국 근현대사를 중립적으로 정말 역사의 관점에서 가르쳐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몇년도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으니 외워서 순서대로 정렬하라는 수준밖에는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고구려 왕과 고려임금의 업적은 철저하게 외워야 하면서, 정작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가 겪어온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째서 우리는 조선 왕들의 업적은 하나부터 열까지 연도별로 알아야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안일한 것일까?
그리고 정말 제발 제발 제발 부탁하건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면 제발 당신이 우파이든지 좌파이든지 당신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하지도 말고 강요하지도 말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기로 생각했다면, 그리고 그 자격이 주어져있다면 제발 신념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지고 오직 학생들만을 위해서 그들에게 치우치지 않은 올바른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쳐주고, 항상 '역사는 듣고 배우되, 너희가 반드시 스스로 판단해야한다' 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것이 진짜 선생으로서의 역할이고 그것이 선생된 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간다효라는 유튜버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람인지라 당연히 본인의 생각이 들어가겠지만, 최소한 내가 지금까지 봐온 간다효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관점에서 인물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런 간다효가 한국의 근현대사에 굵은 이름을 남긴 인물들에 대해 영상을 제작해주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
대한민국에 언젠가 정말 좌로도 우로도 치우쳐지지 않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역사를 바라볼 때 만큼은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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